이 책을 읽는 동안 노벨 문학상을 받은 작품은 어떤 작품일까 하는 의문으로 열심히 읽어 내려 갔다. 일단 줄거리는 간단하였다. 무위도식하면서 도쿄에 살고 있는 유부남인 한 남자 시마무라가 니카타 현을 들렀을때 만난 고마코라는 게이샤를 1년에 한번씩 만나러 온다는 내용이었다.
줄거리만 보면 바람 피는 유부남이 한여자에게 느끼는 열정 같은 것이 담담하게 전개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내용으로만 이 책이 노벨 문학상을 받지는 않았으리라. 일단 가와바타 야스나리 선생님의 문체가 참 화려했다. 한마디로 감각적이라는 것이다. 등장인물의 사소한 표정 변화, 말투, 몸동작에서 인물의 감동을 느낄 수 있게 표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눈의 고장인 니카타 현의 에치고의 아름다운 풍경을 묘사하는 솜씨가 대단하다는 것이다.
번역자 유숙자님이 이 소설의 주제로 '순간 순간 덧없이 타오르는 여자의 아름다운 정열'로 갈무리를 하고 있다. 고마코의 헌신이 참 헛수고 이고 덧없는 것임을 시마무라의 눈으로 보았을때도 마땅한 것이었다. 소꼽 친구였던 유키오가 자신이 그 고장을 떠날때 배웅을 해주었다는 고마움의 표시로 유키오가 장결핵에 걸려 요양을 할때 그 요양비를 벌기 위해 게이샤가 된것이다. 또 한여자 요코는 유키오의 새 애인으로 나오면서 그를 죽을때 까지 지극하게 간호하는 청순가련형으로 나온다. 유키오가 죽자 매일 마다 그의 무덤을 찾아가는 헌신을 보이면서도 결국은 고치 창고가 불타는 날. 2층에서 요코는 투신하게 된다. 무슨 이유였을까.
시마무라는 야성적인 정열을 가진 고마코에게 그녀의 청결한 아름다움을 예찬하고, 대조적으로 순진 무구한 청순미를 지닌 요코에 은근한 감정으로 그녀를 응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모두가 헛수고> 였을 뿐이었다. 그녀들을 그 지경으로 만들었던 남자는 죽어갔고, 그녀들의 헌신은 헛수고가 되어버린 결과를 가져 온것이다. 이즘에서 1년에 한번 세밑에 설국을 배경으로 자신에게 빠져 들어 열정을 발하는 고마코를 찾아오는 시마무라의 여행 역시 헛된 수고에 미칠 따름이다.
그렇다. 모두가 헛되지만 그가 머물렀던 니카타의 설경은 헛된것이 아니었고, 고치 창고에서 불이 나던 날 밤 그에게 덮치면서 흘러내린 은하수의 아름다움 역시 헛된 것이 아니었으로 슬프도록 아름다운 설국의 세계에 빠져 들수 있었던 것이리라.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눈으로 시마무라가 바라보는 시선으로 가와바타 선생님은 시마무라가 되어 그 니카타 현의 에치고 유자와 온천에서 머물면서 설국을 써내려 갔다고 한다. 주인공과 한몸이 되어 그 정취에 흠뻑 빠져 순수한 서정의 세계를 만들어 낸 가와바타 선생님의 노고에 고개를 숙여 본다.
또한 일본에서도 나오는 노벨 문학상이 우리나라에 한사람도 없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언젠가 노벨 문학상을 받는 우리의 작가가 등장하리라는 희망을 가져보게 된다.
올 겨울에는 아름다운 눈고장인 일본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떠오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