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평화 자유는 예속 무지는 힘' 이라는 슬로건 하에 항상 당에 의해 감시를 당하고 자유를 박탈당한 오세아니아의 사람들. 극한의 고통과 공포앞에 너무나도 무기력한 인간의 모습이 결국 그렇게도 증오하던 빅브라더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어버린 윈스턴의 모습을 통해 잘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 과연 진실이란게 정말 존재하기는 하는 것인지. 우리가 알고있는 진실이란것도 누군가에 의해 의도된 관념의 조각들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진실은 권력을 잡은 층의 이익에 따라서 언제든지 바뀌곤하는 법이니까.
얼마전 흥행했던 영화 인터스텔라에서도 미국이 정말로 달에 갔느냐 여부를 두고 쿠퍼와 머피의 담임선생님과의 언성이 높아지기도 했었던 장면이 떠오른다. 쿠퍼는 그것이 진실이라 믿었고 담임선생님은 그것은 소련을 견제한 미국의 정치적 행위에 불과할 뿐이라고 이야기했다. 결국 한가지 정해진 사실을 가지고도 자신이 믿고싶은대로, 그리고 자신의 이익과 사고방식들에 기초해 다른 진실들을 만들어 내는 것이고 아마 어떤것이 정말 진실인지는 누군가는 평생가도 알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 주변의 모든것들이, 내가 알고있는 모든 것들이 진실이 아니라고해도 전혀 이상할것이 없는 세상인듯하다.
책을 읽는 내내 트루먼쇼가 생각나기도 했다. 누군가에 의해 감시당하는 삶이지만 정작 자신은 그 세상이 전부이고 진리인양 살아가는 사람의 모습. 물론 1984년에선 텔레스크린이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했다는 점에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결국 윈스턴은 자기가 안전한 은신처라고 생각했던 곳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사상경찰에게 체포되고만다. 결국 그 곳도 감시당하고있는 안전한곳이 아니었다는 숨막히는 사실이었다. 또한 진실의 정의에 대해서 다시한번 생각할 기회를 주는 좋은 책이었다. 요즘 세상에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는 엄청난 책인듯 하다.
가장 소름끼쳤던 부분은 101호에서 윈스턴이 극한의 공포에 마주했을때 자신의 그렇게 지키고자 했던 마지막 신념까지 져버리는 인간의 가장 밑바닥에서의 모습이었다. 무너질대로 무너진 인간의 모습과 그 상황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본성 또한 윈스턴의 모습을 통해 완벽하게 표현되고있다.
*"때로는 그들은 무언가로 협박을 하죠. 절대 참을 수 없는 것, 도저히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걸로. 그러면 '나한테 그러지 마요. 다른 사람한테 해요. 아무개한테 하라고요'라고 말하게 돼요. 나중에 그건 그냥 속임수였다고, 그냥 심문을 멈추게 하려고 한 말에 불과하지, 진심이 아니었다고 자신을 속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에요. 그 순간 그 말은 진심이에요. 그게 아니고선 살길이 없다고 생각해서, 그런 식으로 목숨을 건지려고 한 거에요. 다른 사람에게 그 일이 일어나길 바란 거죠.그들이 어떤 고통을 당하건 상관 없어요. 자기 생각밖에 없으니까. "
명작이 괜히 명작이 아니라는걸 알려주는 책. 이런 명작을 이제야 읽은게 부끄럽지만 더 늦기전에 읽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동시에 든다. 대학교에 처음 들어와서 들었던 강의인 고전 세미나 시간에 어렴풋이 읽었던 기억이 나는 미셸푸코의 감시와 처벌책도 곁들여 읽으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조만간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다. 더 하고싶은 얘기는 많지만 내 미흡한 글솜씨가 이 책을 읽으며 느낀 수십번의 전율들과 당의 추악한 행위들에서 비롯한 역겨움을 대변해주지는 못할 것 같아 이만 줄이겠다. 누구라도 살면서 꼭 읽어야할 책!! 결말은 찝찝하지만 이런 결말로 맺음으로써 결국 커다란 권력 앞에선 너무나 나약한 인간의 실체를 극대화시켜 나타내는것 같다.
*자유는 2 더하기 2는 4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이 허용된다면 다른 모든 것은 자연히 따라오게 되어있다.
*무엇이든 진실일 수 있다. 소위 자연법칙은 허튼소리다. "내가 원하면 비눗방울처럼 이 바닥 위를 떠다닐 수도 있어." 오브라이언이 말했다. 윈스턴은 그 의미를 풀이했다. '만약 그가 바닥 위를 떠다닌다고 생각하고, 동시에 내가 그것을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 일은 일어나는 것이다.' 가라앉아 있던 잔해덩어리가 불쑥 수면에 떠오르는 것처럼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일은 실제로 일어나지 않아. 우리의 상상일 뿐이지. 그건 환영이야.' 그는 그 생각을 즉시 눌러버렸다. 오류는 명백했다. 그 생각은 자신의 바깥 어딘가에 '진짜' 일들이 벌어지는 '진짜' 세상이 있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 그런 세상이 존재할 수 있단 말인가? 인간의 지식을 통하지 않고 어떻게 지식을 가질 수 있단 말인가? 모든 일은 마음 속에서 벌어진다. 사람들의 마음 속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면, 모두 진짜로 일어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