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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리뷰 모모 저자 미하엘 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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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모모'를 읽었다.

꼭 한번은 읽어야 할 책이라며 여기저기서 추천한 그 책!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고 하듯이, '모모'는 내가 정말 필요로 하는 때에 내게 와 주었다.

단순히 동화같은 이야기라고 하기에는 그 안에 담겨있는 뜻이 너무나 복잡하다.

 

'시간'이라는 소재로 단순히 시간에 대한 것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그 시간이 이루는 우리의 인생, 즉 모든 것을 비유하여 이야기한다. 꿈, 희망, 추억, 즐거움 등등..

작가가 이야기하는 그러한 것들은 너무나 정확히도 나의 가슴을 파고 들어와 머릿속을 혼란시켰다.

 

꿈을 이루기 위해서,

조금이라도 빨리 행복해 지기 위해서 나는 쉼없이 일하고 있지만 그로 인해 삭막해져 가는 내 생활을 느낀다. 꿈이 이루어지면 나을 거라는 희망만으로 힘겹게 버티는 내게 가끔 머릿속에서 온몸의 힘을 빨아들이는 듯한 물음이 던져진다. '꿈을 이루고 나면 행복해 질까? 꿈을 담보로 살고 있는 내 삶에 꿈이 이루어 지면 나는 뭘 믿고 살아야 하나?'

 

나의 꿈은 어릴적 나의 눈을 매혹시켜버린 애니메이션에 비할만한 영상을 만들어 그 작가에게 보여주고 평가를 듣는 것이다.

평가를 듣고 나서는 어떻게 될까? 그 평가에 모든 것이 달려있는 것인가? 부정적이면 어쩌지? 나는 좌절하며 이 일을 포기하게 될것인가? 긍정적이면 또 어쩐다? 그러고 나서도 내가 자만하지 않고 계속해서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어할까?

 

다른 고민도 함께 피어오른다.

내가 꿈에 다가가기 위해 쉼없이 달리는 동안 부모님은 나이들고 친구들은 저마다의 곳을 찾아 가느라 나와 흩어질 것이다. 나의 몸은 늙어 사회에서는 늙은 만큼의 제약을 할 것이고, 사회의 제약이 아니더라도 체력으로나 정신으로나 그 만큼 나이가 들고 세상을 알아버린 나는 스스로에게 한계를 정해줄 것이다. 꿈을 현실로 피우기 위해 집중하는 동안 다른 것들은 얼어붙어 간다.

 

그렇다고 그저 현재를 즐기고 느긋하게 살아서는 다른 사람들의 인정을 받을 수 없다. 청년실업 40만(어쩌면 그사이 더 늘었을지도 모를..)의 시대에 느릿느릿 자신의 삶을 챙기는 것은 무력한 젊은이이며, 도전을 모르고 편하고 안정된 일만을 찾는, 제 분수도 모르는 채 졸업장으로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높여버린 우울한 대학 졸업생으로 비춰지기에 딱 걸맞기 때문이다.

 

이런 고민에 지쳐 있을때 읽게 된 '모모'

산뜻한 고민해결은 되지 못했지만 적어도 내가 무엇으로 고민하고 있는지 그 근본적인 이유를 깨닫게 해주었다.

꿈을 위해 달려가는 사람이 어째서 힘들고 거칠어져 가고 있을까?

내가 달려가고 있는 그 꿈으로 향하는 길은 사실 나를 즐겁게 해주기 때문에 달리고 있는 길이었다.

나는 그 것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 너무 행복해서 그 것을 따라 줄곧 달리고 있던 것이었다.

그러던 것이 어느 순간 달리는 것에 집중한 나머지 내가 달리는 이유를 잊고 있었다.

 

마치 시간도둑이 엉터리 계산으로 자신들을 현혹시킨 것을 잊은 채 재촉하듯 시간을 아끼며 자신을 잃어가던 사람들처럼 말이다.

 

시간은 모두에게 일정하게 정해지고 나에게 정해진 시간은 온전히 나의 것이다.

그렇다고는 하나 그 시간을 나 혼자서 쓸 수는 없다. 그것은 지루하고 삭막하여 나를 다시 그 고민으로 이끌 것이다.

1초라도 그냥 떠나보내지 않고 하나하나 세상을 느껴가며 쓰고 싶다.

그렇게 느낀 나의 시간이 결국 나의 눈을 만족시킬만한 어떤 것이 될 것이고, 그 것으로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즐거움을 주고 싶다.

 

남이 즐거워야 나도 즐겁다.

그리고 내가 즐거워야 남도 즐겁다.

아마도 이것은 무언가를 하는 모든 사람에게 해당하는 말일 것이다.

'모모'는 시간을 훔치는 도둑과 그 도둑에게서 시간을 찾아오는 한 소녀의 이야기를 통해 내게 가르쳐 주었다.

이야기는 매끄럽고 흥미롭게 진행되어 순식간에 읽어버렸지만 그 순간 순간을 즐기며 상상하며 읽었기에 아마 이 이야기는 내 머릿 속에 남을 것이다. 그리고 '모모'가 준 교훈도 함께 남기를 바란다.

해안가 모래에 적은 글귀처럼 바람에 날아가거나 파도에 쓸리더라도 그 자국만은 남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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