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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리뷰] 죄와 벌을 읽고 저자 도스토예프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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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후기 『죄와 벌』을 읽고.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으로 시작된 독서후기클럽, 도서관과의 인연도 어느새 4년여의 시간이 흐르고 도서관과 함께한 시간들 속에서 잠시 오점으로 남을 일이 있어 뒤늦게나마 이를 수습하고자 독서후기를 작성합니다. 2009년 7월 당시 갑작스레 군복무를 신청하고 정신없이 군부대를 향하느라 지인들과 충분한 인사를 나누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벌려놓은 일들 또한 제대로 매듭지은 것도 아니었는데 그중에 당시 신청했던 독서후기를 작성하지 못한건 늘 마음 한켠에 불편함으로 남아있었습니다. 하지만 2011년 6월 군 전역 이후로도 독서토론세미나 등을 통해 도서관과의 인연을 지속할 수 있었고 후기 미제출자에 대한 구제(?)글을 보게 되어 뒤늦게 나마 만회할 수 있을까 지난 기억들을 더듬어 후기를 작성합니다.

 

 

독서후기클럽을 위해 오랜만에 작성할 독서 후기는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입니다. 사실 연극에 더 관심이 많은 저로선 아직 문학을 많이 접하지 못해 러시아를 대표하는 톨스토이와 도스토예프스키 보단 한 세대 후의 작가인 안톤 체홉에 더 관심이 컸는데 이번에 다시 죄와 벌을 읽으며 - 그 양이( 이번엔 번역된지 얼마 안된 민음사 번역본으로 읽어 보았는데 1000페이지 이상의 분량이다 보니 ) 상당히 버겁긴 했지만 - 많은 부분에서 흥미로운 부분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럼 개인적인 감상을 적어가기에 앞서 간단히 작품에 대한 소개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법학과를 전공하는 대학교 휴학생 라스콜니코프는

한동안 하던 과외와 몇몇 일들마저 그만둔 채 2평 남짓한 하숙방에서 시간을 보낸다. 때는 1860년대 7월, 무더운 날씨와 질식할 듯한 도시의 악취 속에서 어느 날 한 건물에서 단말마의 비명이 들려오고 2명의 여성이 살해된 현장 속에 라스콜니코프는 도끼를 쥐고 숨을 몰아쉬고 있다. 애초의 계획은 전당포 노파 알료나 이바노브나만 죽이는 것이 목표였으나 예상치 않게 등장한 그녀의 이복 동생 리자베타의 모습에 라스콜니코프는 원치 않는 범행마저 저지르게 된다. 일촉즉발의 상황, 하지만 다급한 마음에 거실 문 조차 열어둔 채 살해를 저지른 것을 뒤늦게 깨달은 라스콜니코프는 허겁지겁 문의 걸쇄를 내리고 노파의 집을 뒤진다. 순간 들려오는 남성의 목소리, 문 밖엔 알료나 이바노브나와 만나기로 약속을 했던 남성이 나타나고 안에 사람이 있는 듯 한데 문을 열지 않아 상황에 남성은 의아해 한다. 이에 사람을 불러오기로 작정한 두 남성이 사라진 사이 라스콜니코프는 몰래 건물에서 빠져나가고 이때 저지른 범행을 둘러싼 한 청년의 ‘좌절과 환멸’의 기록이 이후 작품의 전반에 거쳐 드러나게 된다. 하지만 이 범죄와는 또 별다르게 전직 관리 마르멜라도프와의 만남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데 마르멜라도프의 가정, 그 중에서도 그의 장녀 소피야와의 만남은 그가 작품의 마지막에서 범죄를 자백하기까지 그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일반적인 범죄소설과는 달리 작품의 1부에서

범행이 저질러지고 그에 대한 범인도 적나라하게 드러난 채 진행되는 『죄와 벌』은 범죄를 둘러싼 동기와 귀추가 주목을 끄는데 이는 일반인들이 보기에도 다소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인간을 ‘평범한 사람‘ 과 ’비범한 사람‘ 이라는 두 분류로 나누어 후자의 경우엔 전 인류를 위한 경우에 통상적인 법을 넘어설 권리가 있음을 피력하는 라스콜니코프는 신문에도 발표되는 그의 논문을 통해서 이러한 견해를 분명히 한다. 전당파 노파를 죽이는 것 또한 한 마리의 이를 죽인것에 지나지 않다고 여기며 자신의 범죄를 정당화하려 하지만 라스콜니코프의 그 안에 남아있는 양심이 수많은 밤 속에서 그를 괴롭게 한다. 연이은 악몽과 환영을 본 라스콜니코프는 어느 날은 조소하는 알료나 이바노브나를 도끼로 수업이 내리치는 꿈을 꾸기도 하는데 이러한 과정 속에서 자신은 자신이 생각했던 뤼쿠르고스, 솔론, 나폴레옹 과 같은 비범한 인간과는 다른 부류임을 스스로 깨닫게 된다. 하지만 범속한 사람들의 조소를 받아들일 수 없는 그로선 자백 또한 어려운 일이었는데 고뇌하며 힘든 나날을 보내는 그에게 소피야는 그의 곁에서 자백을 통해 새로운 삶을 살아갈 것을 권한다. 가족을 위해 몸을 팔아야 했던 소피야, 어떠한 이유에서건 기존의 질서를 ’넘어선‘ 소피야에 대해 동질감을 느끼던 라스콜니코프는 대지를 향해 입을 맞춘 뒤 그녀의 사랑아래 자신의 범죄를 자백하게 된다. 그리고 이후 에필로그를 통해 시베리아로 유형을 간 라스콜니코프와 소피야의 모습이 잠시 나오는데 라스콜니코프가 소피야의 사랑을 통해 다시 부활하여 새로운 삶을 계획할 것임을 암시하며 작품은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작품을 보는 내내 적지 않은 분량으로 인해 중간중간 집중력이 흐트러지기도 했지만 그럴 때마다 긴장감 있는 장면이 등장해 작품에 다시 몰입 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지난 얼마간의 독서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선악의 피안을 넘어‘ 자신이 입법자로서 자처하는 라스콜니코프는 신입생 시절 학과 선배에게 들었던 니체를 떠올리게 하였다 . 또한 라스콜니코프의 꿈속에서 학대받는 말들을 보며 괴로워하는 그의 모습에 광장에서 채찍질을 당하는 말을 껴안은 채 흐느끼던 니체의 모습이 겹쳐졌다. 또한 최근 독일 극작가 프리드리히 실러의 작품을 보며 그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데 『죄와 벌』 곳곳에 등장하는 실러 라는 이름에 이것이 동일인물을 뜻하는 것인지 한참을 궁금해 했는데 작품을 다 읽고 나서 이것이 같은 인물을 명시하는 것임을 알게 되 상당히 흥미로웠다. 하지만 일종의 비아냥 처럼 이상주의에 대한 조소로써 실러라는 이름이 쓰였다는 것이 더 눈길을 끌었는데 이 점에 대해선 좀 더 살펴봐야 할 것 같다.

 

한 권 한 권 고전 작품들을 읽으면 읽을수록 작가와 사상가 간의 연관성을 발견할 때 마다 마치 퍼즐을 맞추듯 쾌감을 느끼곤 합니다. 그러한 점에서 근래 관심을 갖고 살펴보고 있는 실러를 다시 만나 반가웠지만 그에 못지않게 다소 졸속 이었지만 러시아를 대표하는 작가의 작품을 다시 살펴볼 수 있어 더욱 좋았습니다. 희미한 기억으로 남아 모처럼 다시 읽은 작품 『죄와 벌』, 이상 『죄와 벌』 독서에 대한 후기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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